1999년11월27일 (토) 부산은 대한민국 안에 있습니다

주말 오후, 몇주 동안 장모님을 뵙지 못했으므로 처가에 가기로 갔다. 주말 외출 준비는 항상
비상동원 훈련하듯 손이 바쁘다. 아내는 아름이와 다운이에게 메모를 남기고 나는 한이와 국이
옷을 입힌다. 마음이 이미 차 안에 있는 녀석들 옷을 입히는 것은 수월치 않다. 신을 신길 때
면 더욱 힘들어 진다. 문을 먼저 열려고 하니 발을 잡고 신을 신기는 것이 보통은 아니다. 그
래도 즐거운 주말 나들이이다. 차에 타자 조수석 뒤에서 녀석들은 자리를 잡았다. 국이는 중간
에서 콘솔 박스에 엉거주춤하게 걸터 앉아 앞쪽을 주시하고 한이는 창 쪽에서 앞을 살핀다. 차
가 출발하자 이내 말이 없다. 볼 것이 많은가 보다. 침묵의 시간이 깨어진다. "아빠 레믹꼰"
"아빠 뽀끄, 뽀끄." 레미콘이나 포크레인이 보이면 두 녀석의 눈은 반짝인다.
외할머니와 외삼촌, 외숙모의 환영을 받은 한이와 국이지만 얼마 있지 않아서 엄마에게 매달리
기 시작했다. "엄마 가자." 한국이 때문에 곧장 일어 섰다. 외할머니께 드리는 인사도 신통챦은
한국이. 그러나 차가 출발하자 장난꾸러기로 돌변했다.
부산역이 가까워 오자 "엄마 지차, 엄마 지차" 지나는 기차 본 것을 기억해 냈다. 지하철 입구
가 보였다. "엄마 진철, 지인처얼, 진처얼 타자. 진철." 얼마전 지하철 탄 것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던가 보다. 송도가 가까워 오자 이녀석들은 다시 징징거린다. 아내의 해설로는 집으로 바
로 가지 말자는 것이란다.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하자 이내 해쭉거린다. "바다, 바다" 바다를 지
나 대형할인점 앞을 지날 즈음에는 "아빠 쥬스. 보또쥬스(포도 쥬스)" 골목으로

 접어 들자 다
시 징징거린다. "집에 안가. 싫어."
쌍둥이 녀석들은 부산의 거리를 다 익혔나 보다. 부산이 대한민국 손 안에 있다.
집에 들어 서자 국이는 "눈나, 눈나"하면서 누나들에게 안기는데, 한이가 신발장 앞에 앉아 있
었다. "한이는 뭐하냐?" 한이가 돌아보면서 그저 씨익 웃기만 했다. "한이는 신발 벗고 늘 저렇
게 정리합니다. 착하죠?" 아내의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