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11월21일 (일) 아빠, 집에 가자

어제(20일) 광주에 갔었다. 한인 입양홍보회(MPAK)의 최석춘님(Steve C. Morrison)이 TV녹
화를 위해서 귀국하면서 광주 입양부모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인 입양에 열
정을 가진 최석춘님은 전화, E-mail을 통해서 여러번 연락하였지만 보고 싶은 분이었다. TV
카메라를 약간 의식했기 때문에 부드러운 첫 만남이 되지는 못했지만 전화 목소리로 느껴지던
부드러움이 그대로 몸에 베어 있었다. 따뜻한 분이었다.
입양부모들이 모인 모임은 좋은 모임이었다. 입양 홍보를 위해서 내년 가을쯤을 예정으로 입양
부모대회를 개최할 것을 의논한 것은 굉장한 결실이었다. 입양부모들이 모이면 항상 반쯤은 천
국과 같다. 거의 같은 관심, 따뜻한 마음씨, 부모는 아이 수준이니 어른들의 나이에 관계없이
입양아 때문에 거의 같은 세대이다. 그런 분들이 모여 만찬까지 함께 했으니 흡족한 시간이었
다. 만찬은 엉덩이가 뜨뜻해오는 황토방에서 오리요리를 먹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시끌벅적했다. 그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부모가 필요한 아이들과 입양 홍보 과제
를 위해서 함께 기도도 했다. 기도 후 자리에서 일어서자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아이들이 서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아쉬움을 접어둔 채 차에 오르니 11시. 집에 둔 아름다운이 때문에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쏟아지는 잠을 쫓을 수 없었다. 휴게소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한기가 느껴져
일어 나니 새벽 2시. 다시 시동을 걸고 달렸다. 대한이와 민국이는 뒷자리에서 골아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부

산에서 광주까지 반나절을 차를 탔고, 낯선 새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놀았
으니 얼마나 피곤하랴. 휴게소에서 다시 잠을 자다가 진주쯤에서 새벽을 맞았다. 자리가 불편
한지 녀석들이 일어났다. 안개가 짙게 끼어 사방이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 안이 지겨운 한이가 제대로 되지도 않는 말로, "아빠 집에 가자." 옆에 있던 국이가,
"엄마 집에 가." 어제 아침 집을 나설 때 만해도 신나던 녀석들이 집에 가자고 조른다. 가고
싶은 집이 있다. 돌아 갈 집이 있다. 집에 가자고 조를 아빠와 엄마가 있다. 쌍둥이 녀석들을
누나들이 기다리는 집이 있다.
걷히는 안개 속의 아침 태양이 더욱 눈이 부셨다. 집에 가자고 조르는 한국이 덕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