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11월 5일 (금) 입양고민 중인 불임부부께 편지

지난 토요일, 만나서 점심을 나눈 불임부부를 도울 수 없을까 생각한 끝에 그날의 대화를 정리
해서 편지를 썼다.

K 선생님 내외분께
지난 토요일의 짧은 만남은 마치 좋은 차를 마신 후 다향(茶香)이 간직된 것 같
이 여운이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처음 뵌 K 선생님의 자상한 모습과 결혼한지
15여년이 지났으나 새댁같은 부인의 모습은 쉬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직 자녀가
없어서 많이 힘들어 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그 고통을 참으시며 변함없는
애정으로 살아오신 내외분께 존경의 마음을 가지면서 하나님께서 자녀를 주신다
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도도 했습니다.
K 선생님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는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일들이 준비되어 있을 수도 있
습니다. 선생님의 가정에 자녀가 없다는 것은 큰 고통이라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
습니다만 어쩌면 선생님 가정에 예상치 않은 행복이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릅니
다. 아울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불임이 가져다 주는 고통도 극복하시라는 말씀
입니다. 대부분의 불임부부들은 아주 극소수의 가정만이 불행을 겪고 있다고 생
각하여 극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만 불임클리닉 전문가에 따르면 불
임 부부는 10~15%정도가 된다고 하니 불임이라는 것이 특정 소수의 부부에게만
가해지는 고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불임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
고 불임으로 인하여 무너진 자존감, 상실감을 회복하셔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
다.
K 선생님
선생님께서 입양에 관심을 가지신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선생님의 표정에
서 우러나는 부드러움과 부인의 아름다운 마음이 함께 어우러져

아이를 키우신
다면 남이 부러워 할 만큼 행복한 가정이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듭니다.
자녀를 입양하신다면 선생님 가정에 여러 가지로 좋습니다.
먼저, 선생님은 자녀를 얻게 됩니다. 자녀는 부부를 통하여 태어납니다만, 문제는
일반적으로 자녀가 태어나는 것을 출산으로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입양은 자녀를
얻는 또 하나의 길입니다. 자녀를 얻는 방법에 대한 고정관념을 빨리 깨뜨리시라
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입양하면 선생님 내외분에게 사랑의 대상이 생깁니다. 사람은 사랑의 존
재입니다. 사랑을 주고 받아야 합니다. 특히 사랑할 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삶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데 입양을 하면 선생님을 필요로 하는 어린 생명이 사
랑의 대상이 됩니다. 선생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어린 생명을 내외분이 사랑하
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입양을 하게 되면 입양아에게 더 없이 좋습니다.
아이는 가정이 필요하고, 모든 어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
답니다. 아무리 좋은 시설도 가정을 대체할 수 없으며 복지시설은 차선입니다. 가
정에서 자라야 아이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
습니다. 선생님의 멋진 남자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부인의 아름다운 사랑
으로 양육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쌍둥이를 데려오기 전에 입양원으로 아이를 처음 만나러 갔습니다. 그 순간
에도 사실은 입양을 결정한 상태는 아니었지요. 정말 아이를 입양해야 되는가하

는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돐 되어 가는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는 순간. 아
이가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결정되어진다는 생각이 스치자 쌍
둥이를 내가 데려와서 신앙으로 바로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K 선생님,
입양을 결정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제가 잘 압니다. 지금 선생님
내외분이 입양을 결단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왜 남의 아이를 데
려와서 키워야 하는가라는 생각일 것입니다. 그 생각을 버리십시오. 분명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금은 남의 아이를 데려와서 키운다는 생각이지만 입양
하여 키우면 선생님의 아이가 돼 버린다는 것입니다. 지금 저에게는 "아름""다운
"이나 "대한""민국"이가 똑 같습니다. 차이가 전혀 없습니다. 사랑을 주고 정을
주면 가족이 되고 기르는 정이 낳은 정 못지 않습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꼭 피가
섞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면 가족이 됩니다.
입양을 고민하기 시작하신 내외분께 따뜻한 행복이 빨리 찾아 들기 바랍니다.
입양을 하시면 선생님도 좋고 아이도 좋습니다. 위대한(?) 결단을 내리셔서 우리
들의 짧은 주말 만남이 행복으로 가는 또 하나의 출발이었기를 바라면서 고아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의 사랑이 선생님 내외분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1999년 11월 5일  부산 송도에서 아름다운대한민국 아빠

주말에 만난 부부가 우리와 같은 행복 아니 우리 보다 더 큰 기쁨을 얻어서 그 동안 받은 불
임의 고통을 보상받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