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4일 (토) 대한민국이와의 목욕시간
토요일 오후, 쌍둥이 아들을 데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간 곳이 목욕탕이었다.
목욕탕에 들어서는 한국이의 표정이 밝지만 탈의실에서 옷벗기는 단계부터 장난이
아니다. 달
래며 옷을 벗긴다.
"한아 이리와 앉아라. 옷벗자." "국아 이리와. 깍꿍"
욕탕 문을 열기가 무섭게 해죽거리며 발가벗은 몸으로 아장아장 걸어 들어간다.
소변기 앞에 선 한국이는 소변을 보기도 하기 전에 언제 봐 뒀던지 발돋움을 하여
물내림 단
추부터 누를 태세다.
온탕에서는 본격적인 장난이다. '참방참방' 그것도 잠깐. 곧 샤워기를 가지고 장난이다.
다음은
수건에 비누칠을 하고 열심히 빨래. 얼굴은 벌겋게 되고 땀은 송송송. 저들끼리도
서로 말이
없다.
지겨워졌는지 손을 빨면서 아빠를 찾는다.
"찌찌, 아빠. 우유"
마른 수건으로 몸을 대강 닦고 마실 음료수를 갖고 와서 주었다. 음료수를 마신 한국이는
다시
작은 욕탕에 들어 갔다. 한참을 놀더니 이놈들은 엄마가 최고인 모양이다.
"아빠, 엄마 가자"
"그래 비누칠을 하고 나가자."
한 놈씩 차례로 씻겨 줬다.
"한이 착하다. 목들고,,,,, 돌고,,,,, 팔 들고,,,,, 돌고,,,,, 요게 뭐야?"
"한이 찌찌"
"요건?"
"한이 배뽑(배꼽)"
"요건?"
"한이 꼬치"
"아니 국이 꼬치"
"아니 한이 꼬치. 헤헤헤"
"그래 한이 꼬치, 자 머리 숙이고 눈감고,,, 아이 착하다."
"다음은 국이 이리 와."
국이는 얌전했다.
"국이 착하다. 목들고,,,,,,,, 요게 뭐야?"
.........
"그래 국이 꼬치, 머리 숙이고 눈감고,,,, 자, 다 씻었다."
문을 향한 아장 걸음. 다시 탈의실로 나왔다.
어느새 런닝머신으로 간 두녀석은 벌건 몸으로 장난이다.
옷을 입히려니 더 놀고 싶어 발버둥을 친다. 국이를 붙잡고 옷을 입혔다.
"다음은 한이! 이리 와. 옷 입자."
아빠에게 온 한이는 국이 옷을 보자 말자
"아빠 내 옷. 아빠 내 옷"
녀석은 국이가 입은 옷이 제 옷이라면서 벗겨 달라고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하면서
성화다.
국이 옷을 벗겨 한이에게 입히고 국이에게 다시 옷을 입혔다. 옷을 입은 한국이는
이어서 우유
를 달라고 보챈다. 우유병을 하나씩 물리니 탈의실 평상에 누워 다리를 꼬고 싱글거리며
우유
병을 빤다.
어느듯 흐르는 등줄기의 땀. 선풍기 바람이 시원하다.
차를 타고 엄마에게 가고 싶은 맘이 급한 한국이에게 신발을 신기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주말 목욕이 쉼인지 노동인지.
그러나 목욕이 주는 안식 보다 더한 행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