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8월 13일 (금) 동해에서 고래를 잡아?

여름휴가 이틀째, 여기는 경북 울진군 온정면 온정리 백암온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즐겁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된 교수 두가정이 함께 휴가를
보낸다는 것은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다.
어제는 실내 수영장에서 몸을 풀었으니 오늘은 해수욕을 하기로 했다. 바다로 가는 준비는 분
주했다. 유아용 튜브 풀장, 먹거리, 수영복에 덧입을 옷, 해수욕 후 갈아 입을 옷,,,, 엄마 아빠
가 분주하니 한국이는 지루한지 칭얼거렸다. 옆에서 준비에 바쁘던 아름이가 우유를 한병 타서
먹였다. 준비를 대충 했을 때 아내는 한국이에게 시원한 짧은 옷을 갈아 입혔다. 옷을 갈아입
는 한국이도 마음이 바쁜지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야 임마 성질 급하기는..... 오늘은 바다로 가는 거야. 동해 가서 고래를 잡자고."
옆에 있던 다운이가,
"야아 고래 잡으러 가자."
동해는 깨끗했다. 그러나 바람이 세서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도 시원했고 파도는 지레 겁을 먹
게 했다. 그러나 아름이와 다운이는 함께 간 친구와 동생들을 데리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
유아용 튜브 풀에 공기를 주입하고 비닐 봉지로 바다물을 떠 와서 채우니 한국이와 일행의 젖
먹이들의 수영장이 되었다. 한국이는 날씨 탓인지 거기 마저도 잘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
나 안고 살짝 넣었더니 좋단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빨고 짭짤한 물이 맘에 들었던지 계속 물을
손가락에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 만족한 표정!
"한국아 이렇게 있을 것이 아니라 바다로 가자."
내가 덜렁 안고 파도

치는 바다로 갔다. 파도를 본 한이는 겁을 먹고 바로 울어 제켰다. 안은
채 바닷물로 들어가려 하니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자지러지듯 울었다. 온몸을 바둥거리면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야 이렇게 해서 고래를 잡겠어? 파도를 보고 겁먹은 녀석이 고래를 잡아? 빨리 커라. 커."
바람 탓에 해수욕도 일찍 포기하고 철수했지만 한국이가 넓은 바다를 입으로 몸으로 맛본 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