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 27일 (화) 아빠 비 젖었다.
장마 뒤의 비가 더 많다. 제5호 태풍 니일의 영향으로 비가 쏟아졌다. 호남지역으로는
비피해
가 심하고 중부지역으로도 비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니 걱정이다.
퇴근길이 어설펐다. 우산이 내 몸 하나를 감싸지 못했다. 비바람에 우산은 휘일 정도고
아랫도
리는 우산이 있으나 마나 했다. 빗물은 골목을 휘감으며 흘렀고 구두는 이미 질퍽해졌다.
짧은
거리인데 대문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온몸이 젖어 바지가랭이로 물이 흘러 내렸다.
문을 열
고 들어서니 대한이와 민국이 그리고 아내와 두 딸이 현관에 나와 있었다.
"아이구 비가 억수 같은데 빨리 들어오세요."
아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이가,
"아빠 비 젖었다."
한이의 말이 끝나는 순간, 누구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나와 아내, 아름이와 다운이가
동시에,
"한아 뭣이라고?"
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처럼 씨익 웃으며 국이와 엉겨 붙었다.
어디론가 사라진 피로, 청량제 같은 한이의 한 마디. - 아빠 비 젖었다.
"여보, 한이 언제 저런 말 배웠어요?"
"국이도 말 잘해요. 쟤들 못하는 말이 없는걸요."
"당신도 거짓말쟁이 다 돼 가는구만요."
"아빠, 진짜 엄마 거짓말쟁이예요. 한국이가 못하는 말이 없다고 해요. 그런데
그 말 진짜로 믿
으면 안돼요. 알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