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1월 14일 (금) 시계 찬 대한민국
아내가 오후 시간과 저녁에는 강의를 위해서 외출해야 하므로 오늘 저녁에는 대한이와
민국이
는 나와 시간을 갖게 되었다. 퇴근하기가 무섭게 오전에 데려다 둔 한국이를 놀이방에서
만났
다. 아빠를 보자 말자 두녀석이 동시에 팔을 뻗으면서,
"아빠 피카추, 시계"
"이것 웬 거냐?"
"함머니 줬다. 함머니 피카추 줬다."
놀이방의 할머니께서 쌍둥이가 귀엽다면서 피카추(인형극 주인공)가 그려진 시계를
선물로 주
신 것이다. 시계 덕분에 오늘 이 녀석들의 인사하는 태도가 맘에 들었다. 손도 흔들고
꾸벅 인
사를 아주 잘 했다. 차 안에서도 계속 시계 자랑이었다.
"아빠 피카추, 아빠 시계, 으~ 한시"
"아니 세시다"
그러나 지금 시각 오후 5시 45분.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앉았는데도 관심은 시계다.
누나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시계자랑이었다.
"눈나 피카추, 눈나 시계."
"누가 줬어?"
"함머니 줬다. 시계."
그러나 그렇게 좋은 시계도 엄마를 대신할 수 없나 보다.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엄마 없어졌잖나. 엄마 가자."
보채는 대한이와 민국이를 달래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드디어 엄마를 외치며 울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옷을 입히고서는 차에 태웠다. 차에는 탔지만 쌍둥이는 기분이
풀리지 않는
다. 엄마가 그리운가 보다. 시내로 접어 들면서 기분이 좀 풀리듯 하니 다시 시계를
갖고 놀았
다. 아내가 강의하는 학원 가까운 곳, 30M전방에서 지나는 기차를 잘 볼 수 있는
곳에 차를
세웠다. 이곳에 여러 번 왔었기 때문에 한국이는 기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차를 세우자 말자 성질 급한 녀석들은,
"아빠 기차 없다."
"조금 기다려 한이가 많이 울어서 기차가 천천히 오는 거야."
"아니 기차 없다."
"좀 기다려. 울면 더 늦게 온다."
잠시 뒤 기차가 요란한 진동과 함께 나타났다.
"아빠 기차다. 아빠 기차다. 크다."
"사람 많다. 아빠 기차다."
승용차 안의 두 녀석은 기차를 보고 좋다고 뛰고, 다시 기차를 기다리면서 시계를
갖고 놀다가
기차가 지나면 또 괴성(?)을 질렸다. 내가 운전석을 뒤로 젖히고 쉬려고 하면 눈을
뒤집고 머
리를 흔들었다.
"아빠 자지마, 아빠 놀자."
아내를 기다리면서 자동차 안에서 보낸 쌍둥이와의 세시간은 소란했다. 두 녀석은
좁은 차 안
에서 구르고 뛰었다. 지르는 고함, 쏟는 음료수, 부숴지는 과자, 세 부자가 쏟아내는
열기는 자
동차 안을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기에 족했다. 그리고 엄마가 모습을 보이자,
"엄마, 엄마."
아내는 그 소리에 모든 피로가 씻기나 보다.
"아이구 한국이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