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4월 20일 (월) "아빠" - "1만원요"

아침에 도시락을 싸는 아내의 손이 바쁘다. 아름 다운이에게 쪽지를 하나 넣었다.

지금이 학교에서 제일 즐거운 시간이지?

엄마가 정성을 드려서 만드신 맛있는 도시락. 꼭꼭 씹어서 잘 먹어.

기도하는 것 잊지 말고.

다음의 말씀을 읽어 봐

[잠언 2:6] 대저 여호와는 지혜를 주시며 지식과 명철을 그 입에서 내심이며

오후에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

다음 이야기는 밥 먹고 읽어 봐. 안뇨오옹~~~ 아빠가

베에토번의 '월광 소나타'는 베에토벤이 자신과 자신의 재능을 한 소녀에게 바치기 위해 지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 소녀는 눈이 멀었기 때문에 달밤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었거든 나무와 풀잎 위를 비추는 은빛 광채와 하늘의 은하수도 볼 수 없었다고. 그래서 사려 깊고 헌신적인 베에토벤은 그의 천부적 재능을 발휘하여 말로서가 아니라 소리로, 그녀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말해 주고자 월광 소나타를 작곡하여 연주했던 거야.

이처럼 사랑은 참된 헌신과 불가능 속에서 가능을 찾게 한다는 것을 기억할 것. 끝. 저녁에 봐.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는데 여느 때와 비슷하게 대한이가 두 손을 들고 마루로 나오다가 "아빠"하면서 내게 웃음을 보내왔다.

옆에 있던 아름이가 잽싸게 "아빠, 만원요."

"그래 약속한 만원이다"

지갑에서 10,000원 권을 한 장 꺼내 아름이에게 주었다.

옆에 있던 다운이가 "아빠 민국이도 아빠하는데요."

"민국이의 아빠 소리를 나는 못 들었다. 그렇지만 다운이는 기저귀도 한 번씩 갈아주고 대한 민국이 잘 보니 상금 만원."

"아버지 고맙습니다."

실은 며칠 전부터 아름 다운이는 대한 민국이가 아빠라고 한다면서 상금을 달라고 했었다.

아름이가 "아빠 낮에 쪽지 고맙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읽었어요."

아내가 "여보 내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나는 폭탄을 가지고 있어요."

"무슨 말이요?"

"글세 가까이 오지 마세요. 사랑의 폭탄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오늘 낮에 내 편지를 받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