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4월 16일 (목) 대한 민국이의 첫 사건 사고

보건학과 강의가 있어서 오후에 영도 캠퍼스로 갔다. 일찍 출발하여 교목실장이신 이 목사님을 찾아 뵈었더니 입양에 대해서 칭찬이 대단하였다.

"죄송합니다. 조용히 해야 할 건데 일기까지 공개했으니 쑥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입양을 하고 보니 입양은 별 것 아니고 입양 후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가 있어서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자 입양일기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의 일기가 흑인해방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던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 집'처럼 입양 운동의 뇌관이 될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아내가 "화장실 손 좀 봐 주세요. 낮부터 고장입니다."

옆에 있던 다운이가 "아빠 빨리 고쳐주세요. 급한데 지금껏 참았어요."

"야 임마 화장실 고치는 것은 간단해 너도 할 수 있어. 팔 걷으면 간단한데."

"아빠. 왝. 저는 그렇게 못해요 아빠나 그렇게 하세요."

보일러실에서 압축기를 가져와 작업을 시작했다. 다운이가 급하기는 급한가 보다 나의 작업을 연신 살피러 왔다 갔다했다. 작업은 쉽게 되지 않았다. 막혀도 많이 막혔나 보다. 뻥 전문가를 불러 버릴까 생각하다 계속 했다. 30여분 작업 끝에 어렵게 실체를 드러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비누곽이었다. 실체를 드러내긴 했지만 점잖게(?) 작업을 하는 내게는 쉽사리 끝이 나지 않았다. 얼마가 지난 후 드디어 건졌다.

뻥 뚫린 변기.

"낮에 대한 민국이가 잠시 그곳에서 놀았어요. 두 녀석이 휘젓고 난 뒤, 옷을 갈아 입힐까 했지만 쉽게 없어지지 않을 냄새라서 목욕까지 시켰는데 그때 사고를 친 것 같네요."

"여보. 아아 좀 잘 보소. 막노동까지 하려니 땀 나요."

웃으면서 화장실에 들어가는 다운이 "아빠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먼저 실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