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3월 28일 (토) 입양했다고 말하기 싫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자는 대한 민국이의 귀여운 얼굴을 만져 주려고 다가갔다. 희미한 동녘에 비친 민국이 얼굴이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부은 듯 했다. 불을 켰다. 보는 순간 아뿔싸 이럴 수가. 얼굴에 홍반점이 생겼고 눈두덩이, 이마 할 것 없이 붉은 반점이 생겨서 엉망이었다. 자는 민국이를 안으며 깨웠다. 짜증을 내며 일어나는 민국이. 한참을 달래며 젖병을 물렸더니 울음도 그치고 정신을 차리는 듯 했다. 얼굴을 다시 살폈다. 온통 얼굴이 붉은 반점이다. 어제 저녁 간장 맛사지 효과가 나는 듯 했다. 이럴 때는 목욕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서 욕실로 데려 갔다. 욕실 앞에서는 항상 적극적이고 즐거운 대한 민국이.
씻기고 우선 지난번 태열에 바르던 연고를 발라 주었다.
학교에서도 걱정이 되었지만 진료받을 시간이 없어서 병원에도 데려가지 못했다.
낮에 집에 전화를 했더니 병원에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니 다행이었다.
오후에는 장모님께 대한 민국이를 뵈오려고 연산동 처가에 갔다. 대한 민국이를 보고 싶어하는 장모님이시다. 처제도 와 있었다.
대한 민국이를 귀여워하시는 장모님과 처남.
처남은 대한 민국이를 들었다 놨다. 대한 민국이는 '까르륵' '까르륵' '까르륵'
처제는 우리집 이야기를 학교의 동료 선생님들에게 했단다. 그랬더니 어떤 선생님은 감동하셔서 눈물까지 글썽거리시더란다. 이야기를 듣자니 쑥스러워서 "처제 입양이라는 것 별 것 아녜요. 데려 오기 전에는 남의 아이 데려 와서 키워준다고 생각하니 어렵고 결단이 잘 안되지만 지금은 내 아들이니 힘든 것도 없고 아까운 것도 없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꼭 내 얘기 전해주세요. 입양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요. 그리고 입양을 권하세요"
"그래도 형부. 평범한 사람들은 입양 그 자체를 생각지도 못하고 결단도 못합니다. 그런데도 결단을 내리셨으니 형부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거참 점점 더 쑥스러워지니 더 이상 말을 못하겠다.
대한 민국이를 무릎 앞에 앉히시고 하시는 장모님의 말씀은 "야 이놈들 대한
민국아, 너희들 어서 커서 좋은 목사 되어라. 으이."
돌아오는 길에 다운이가 "아버지, 저는 요즘 친구들한테 대한 민국이를 입양했다고 말하지 않아요."
이 녀석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말을 하는가 싶어서 뛰어 오른 가슴을 쓸어 내리고 "야, 다운아 무슨 말이냐? 입양했다는 말을 숨긴다니."
"글쎄요 친구들이 자꾸 왜 입양했느냐고 묻고요. 입양하니 어떠냐고 묻는데 뭐 대답할 말이 있어야지요. 대답하기 귀찮아서 입양하지 않고 우리 엄마가 낳은 아이인데 엄마가 나이 보다 더 늙어 보여서 거짓말로 입양했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얘기해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 같으면서도 잘 되지 않는데 옆에서 듣던 아내가 "저도 요즘 대한 민국이 입양했다는 이야기 잘 하지 않아요. 이 놈들이 우리 식구들을 너무 닮았는데 입양이라는 말 자체가 별로 어울리지 않게 느껴져요."
감사의 마음이 생겼다.
그 이유는 모두가 대한 민국이를 우리 식구로 생각하고 이미 한뭉치가 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