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3월 13일 (금) 가정 폭력(?) 민국이

저녁에 서두를 몇자 적고 1월 일기를 PC통신으로 기독교보에 보내었다.

편집장님

(생략)

제 소개를 다음과 같이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황수섭 목사 / 고신의대 교목, 송도제일교회 협동목사,

가족으로 김인혜 사모와 2남 2녀가 있음.

제가 입양하자 교회 교우들이 물심양면으로 너무 많이 도와 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생략)

하루 일과 마친 시간이 많이 늦었다. 금요찬양예배를 마치고 집에 오니 10시 30분 정도되었다. 늦었지만 대한 민국이와 놀고 싶었다. 몇 번 번갈아 가면서 안아 주고 얼굴을 비비고 간지러 주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놀아 주는 것보다는 늦은 시간인데 잠도 자지 않고 저희들끼리 노는 것 보는 게 더 재미있었다. 제법 상호 교감을 잘 나누는 것 같았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부딪히기도 하고 밀고 당기고 그러다가 까르륵거리는 것이 적잖은 볼 거리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평화의 균형이 깨어진 것이다. 민국이가 누나가 준 빈 볼펜대를 가지고 빨면서 노는데 대한이가 그것을 빼앗았다. 빼앗긴 민국이는 볼펜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다 썼지만 대한이는 민국이의 손길을 뿌리치고 뒤돌아 앉았다. 민국이는 대한이의 목덜미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되찾으려고 했으나 대한이는 볼펜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힘쓰던 민국이가 대한이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고사리 같은 주먹(?)으로. 순간 쌍나팔, 스테레오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빼앗긴 설움, 얻어맞은 아픔이 뒤범벅이 된 이 소음. 평화로운 가정에 폭력을 행사한 민국이지만 나에게는 분노도 불쾌함도 없었다.

"밤이 늦었으니 야들아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