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2월 14일 (토) 치장한 엄마, 우는 아들
믿음과 사랑으로 자녀를 키우신 장모님의 칠순 감사예배일이다. 점심 때 쯤 아내가 아름 다운이에게 대한 민국이를 맡기고 미장원엘 다녀 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으니 대한 민국이가 엄마를 몰라 보고 놀라서 울어 버린 것이다. 항상 저희들 곁에서 수더분하게 있던 엄마인데 예쁘게 치장을 하니 몰라 본 것이다. 한이는 5분 정도 울다가 그쳤는데 국이는 10분 동안 낯선 이방여인(?)을 보고 울었다니 이 짜슥들 많이 커야겠다.
저녁에 장모님의 칠순 감사예배를 위해서 국제신문사옥 24층 크리스탈부페로 갔다. 기동성하면 남 못지 않은 아내이었는데 대한 민국이 덕에 동작이 이만 저만 뜬 것이 아니었지만 준비를 위해서 모임 시간 보다 2시간 빠르게 도착했다. 대강 준비를 하고 난 뒤 가족 사진을 먼저 찍었다. 대한 민국이가 외가 식구들과 함께 가족 사진을 찍는 첫 순간이었다. 대한 민국이의 외가 식구들은 대한 민국이를 기꺼이 한 가족으로 받아 주었었다.
6시에 예배가 시작되었는데도 대한 민국이는 150여명이 모인 연회장에 주눅이 들었는지 계속 보채었다. 고맙게도 친구 손의식 집사 내외가 대한 민국이를 봐 주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신경이 쓰였고 아내와 나는 번갈아 가며 낯설이 잘하는 대한 민국이를 안아 주어야 했다. 손 집사 내외가 고생 많았다.
감사예배 후 있은 처남 김성복 목사의 인사말 낭독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지나온 날을 추억한다는 것은 한 번쯤은 필요한 것입니다. 고희는 그런 면에서 회상에 적합한 때라 생각합니다. 바울도 자신의 삶을 돌아 보면서 나의 달려갈 길을 다 달리고 믿음을 지키고 선한 싸움을 다 싸웠고 이제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의 지난 삶은 이름 그대로 (공경할 敬, 기쁠 喜)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면서 기쁘게 산 생입니다. 나오미(기쁨)가 마라(쓴물)로 되었다가 다시 나오미로 베들레헴에 돌아왔습니다.
고희연에 작은 음악회란 격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먼저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중에 오신 여러분들에게 자녀들이 노래로 감사와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 것입니다. (중략)
오늘 참석한 여러분은 어머니의 지난 날을 함께 하여 주신 분들입니다. 남은 날도
사랑으로 함께 해주실 줄로 믿습니다. 참석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나와 아내는 가족들의 작은 음악회 출연자인데도 불구하고 찬양보다는 대한 민국이에게 더 신경을 썼다. 그러나 가족 음악회는 성공적이었다. 처 생질녀와 아름 다운이의 현악 반주에 맞춘 프로급인 자녀들의 찬양이 장모님을 아는 교우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레파토리는 예배 중 찬양으로 '내 평생에 가는 길'(자녀 내외), 이어 만찬 중 가족 음악회에서는 '예수의 이름 권세여 엎드려 절하세'(자녀 내외), '엠마오로 가는 길'(김인주 조현경), '순례자의 노래'(아들, 사위), '오오종달새(김씨들)', '주께 감사와 찬송 드리세'(전 가족-곡중 솔로는 장모님), 그리고 '즐거운 나의 집'이었다.
식탁을 돌면서 대한 민국이를 어른들께 뵙게 하고 인사를 드렸다. 모든 분들이 칭찬과 아울러 "
"어쩌면 그렇게 식구들하고 닮았을까?"
"잘 키워서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게"
"좋은 부모 만났으니 그놈들 또복이다. 또복이"
"아름 다운 대한 민국이니 만세만 부르면 되네. 아름 다운 대한 민국이라. 우리나라 잘 되겠구나."
"하하하하"
본 순서는 식사 후 손님들이 대부분 가신 뒤부터였다. 안고 있던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 더 이상 돌보는 것이 힘들어서 생각하다 못해서 그래도 깨끗하다고 생각되는
무대(헤드테이블 쪽 단)에다가 대한 민국이를 내려 놓았다. 그동안 낯설이 하면서
징징대던 대한 민국이가 본 무대에 올라 갔다. 그제서야 이 놈들은 자기 세상인 줄
알았는지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었다. 쌍둥이가 재롱을 부리니 볼만했나보다. 쌍둥이신
장모님과 이모님은 웃음을 끊질 못했고 작은 이모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쌍둥이 대한 민국이의 무대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일어서셨다.
칠순 뒷풀이의 스타는 단연 대한 민국이였다.
그런 와중에서도 동일교회의 박 권사님은 쌍둥이 얻은 것을 축하해 주셨다. 감사.
집에 오니 고신대학교 황 교수님께서 전화를 두 번이나 하셨길래
늦었지만 전화를 드렸더니 기독교보의 기고문을 보고 아셨다면서 "황목사님,
귀한 것은 모두 힘듭니다. 쌍둥이 입양하여 키우는 것 힘들 겁니다. 힘든 것은 귀한
것인 줄 아시고 잘 키우세요."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