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2월 4일 (수) 좁은 차, 넉넉한 맘

수련회를 마치고 오후에 격월간지인 고신의료원 원보에 입양에 관한 글을 투고할까 해서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A4용지 한 장 정도로 대한 민국이를 데려오던 날을 쓰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저녁에는 창원에 계시는 최목사님께 대한 민국이를 데리고 세배를 가기로 하고 퇴근 시간에 식구가 3일만에 차안에서 모였다. 3일만에 만난 식구들이지만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국이의 혹이었다. 다행하게도 심하지는 않았지만 멍이 들어 있었다.

세배가는 길은 몇번을 다녔는데도 헷갈려서 예정보다 조금 늦은 저녁 6시 40분에 도착했다. 반기시는 목사님 내외분이시지만 수요예배 때문에 난감해 하셨다. 매주 금요일 찬양예배를 드리던 버릇 때문에 내가 실수를 한 것이다. 세배를 드리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덕담을 들었다. 인사를 하고 급하게 나오긴 했지만 늘 관심을 가지시고 사랑해 주시는 최목사님께 대한 민국이를 뵌 것만도 다행이다 싶었다.

돌아오는 차안은 또 다시 웃음이 가득했다. 대한 민국이의 일거수 일투족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 것이다. 작은 차, 가득한 승객(?) 좁은 공간, 그러나 넉넉한 마음.

두란노 찬양학교에서 은혜받은 긍정이가 함께 은혜를 누리자면서 선물한 찬양 테이프를 틀었다. 바이올린의 애절한 전주에 이어 나오는 찬양 '주께 가오니'를 혼자서 따라 불렀다. 그런데 뒷좌석에 앉아서 한이를 안고 있던 아름이가 함께 찬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찬양을 하다 말고 "아름아, 너 이 찬양 알아?" "중등부에서 부르는 찬양인걸요"하면서 계속 찬양을 한다. 부녀의 찬양은 계속 되었다. 중반부터 힘있는 드럼과 색스폰, 키보드의 반주가 받쳐 주는 은혜로운 찬양을 이제 막 중등부 신입생이 된 딸과 함께 거듭 거듭 불렀다. 딸과 아빠가 한 세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찬양으로써 하나되는 기쁨, 세대가 다르지만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으로 하나되는 이 감격.

주께 가오니

1.주께 가오니 날 새롭게 하시고 주의 은혜를 부어 주소서

내 안에 발견한 나의 연약함 모두 벗어지리라 주의 사랑으로

주 사랑 나를 붙드시고 주 곁에 날 이끄소서

독수리 날개 쳐 올라가듯 나 주님과 함께 일어나 걸으리 주의 사랑 안에

2.나의 눈 열어 주를 보게 하시고 주의 사랑을 알게 하소서

매일 나의 삶에 주 뜻 이뤄지도록 새롭게 하소서 주의 사랑으로

주 사랑 나를 붙드시고 주 곁에 날 이끄소서

독수리 날개 쳐 올라가듯 나 주님과 함께 일어나 걸으리 주의 사랑 안에

나의 눈 열어 주를 보게 하시고 주의 사랑을 알게 하소서

매일 나의 삶에 주 뜻 이뤄지도록

새롭게 하소서 새롭게 하소서 새롭게 하소서 주의 사랑으로

주 사랑 나를 붙드시고 주 곁에 날 이끄소서

독수리 날개 쳐 올라가듯 나 주님과 함께 일어나 걸으리 주의 사랑 안에

나 주님과 함께 일어나 걸으리 주의 사랑 안에

그래 주님과 함께 주의 사랑 안에서 살자, 그러면 주님의 사랑이 우리를 이끄시는 거야, 주님이 이끄시면 인생이란 즐겁고 행복한 거야.

이어서 나오는 '나 주님의 기쁨 되기 원하네'도 함께 찬양했다.

찬양을 하는 동안 대한 민국이는 마치 찬양에 박자나 맞추는 듯이 몸을 좌우로 흔들었고 그러면서도 뒷자리에서 앞이 잘 보이고 앞자리의 엄마 머리를 만지기 쉬운 자리를 차지하려고 몸싸움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