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월 17일 (토) 또 다른 고민 - 입양공개 시 입을 상처(?)
입양 일기를 쓰는 것과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의논하였다.
그리고 성가정 원장님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나서 7시에 연구실로 갔다.
편지를 쓰고 일기를 몇 편 보태서 보내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눈내린 북악산의 정경을 잊지 못합니다. 부산에서의 일정은 무사히 잘 마치셨는지요? 건강하시고요?
한 국이는 잘 크고 있습니다. 이제는 밤에도 잠을 잘 자는 편입니다. 한이는 댓발짝 정도를 혼자서 걷고 국이는 계속 터프합니다. 주변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앞날에 하나님이 사랑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육아 일기 비슷한 걸 쓰고 있습니다. 그냥 그날 그날 한 국이를 통하여 느끼는 것,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 그리고 딸아이 아름 다운이와 갖는 느낌을 적어 보는 거죠. 적다 보니 마음 속에서 작은 욕심이 생겨나더라고요. 즉 이 좋은 입양의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지는 겁니다. 입양이라고 하면 힘들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게 되거든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수고 가운데서 기쁨이 있습니다. 그래서 입양에 관한 매뉴얼 같은 것 - 경험담을 제가 한 번 정리해 볼까 하는 욕심도 생깁니다. 동기, 고민, 포기, 그러나 용솟음치는 새 생명에 대한 사랑, 끊임없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한 마음. 상담자를 통하여 주시는 하나님의 용기와 세밀한 준비 등등을 적어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한 국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주시는 분들을 기록하여 두었다가 후에 한 국이에게 알려 주고 싶기도 하고요.
원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괜찮을 것 같습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입양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그것도 지나칠 만큼 공개한다면 혹시 한 국이와 그의 생부모에게 상처를 줄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 일기를 손질하면서 이곳 저곳에 기고도 할까 계획을 합니다. 나중에는 대강 140일치(입양의 계기 발생에서 5월 첫주 유아세례까지)를 묶어서는 작은 책으로도 낼까하는 거창한(?) 생각도 합니다. 이렇게 될 때 한 국이 생부모가 알게 될 가능성이 조금씩 발생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쌍둥이는 드무니 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네요. 그럴 경우에는 생부모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고 그것이 한 국이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생기네요.
저는 요즘 입양에 대해서 남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이 제게 현실로 받아 들여진 후 입양이라는 것은 아이와 양부모에게 공히 주시는 하나님의 복임을 고백하며 주변 사람에게 권합니다. 그 결과 관심을 갖는 사람도 생기고 아직 확정한 마음은 아니지만 쌍둥이가 생기면 입양시켜 달라고 성가정에 부탁해 달라는 이웃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저도 성가정 입양원의 상당한 측근 내지는 실세가 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입양을 전후로 한 고민, 계획들을 제 개인의 이야기지만 적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까하는 생각도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 같이 생부모와
한 국이와의 문제 때문에 망설여지고 있습니다.
원장님, 이것 저것 생각해 보시고 전화 상담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성가정과 원장님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P.S. 일기 중 몇일 분을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전화를 했다. 읽어보시고 다시 통화를 하자고 말씀드렸다.
장모님께서 다녀가셨다. 쌍둥이로 자라신 장모님이 대한 민국에게 관심이 많으신 듯하다. 기분 좋다. 한 국이를 싸움 붙이시려는 장모님. 장난기 있는 소녀 같다. 다음 달이 칠순이신데 마음만은 하나님께서 주신 맘을 간직하셨는가 보다.
저녁에 대학부 기혁군이 나의 득남을 축하해 주었다. 자취생의 마음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