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27일 (토) 첫 만남! - 맑은 눈동자 속의 영혼
한.국이와의 첫 만남에 대해서 흥분을 감출 수 없다.
성신여대 지하철역에서 내려 마을 버스를 탔고 성북구 회관 앞에서 내려 북악산 길로 다시 접어들었다.
‘성가정 입양원 700M’ 라는 팻말이 나무에 걸쳐 있다.‘성가정 300M’산길을 걷는 아름.다운이는 서울 온 기분 때문에 즐거운지 한.국이 때문에 좋은지 저 앞으로 먼저 달려간다.
겨울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성가정 입양원. 조용한 수녀원 같은 분위기이다. 깨끗하고 소담스럽게 가꾸어진 조경이 맘에 들었다.
"이 짜슥들 좋은 곳에서 살고 있구먼."
조용한 분위기를 깨뜨린다고 다운이가 "쉬잇"했다.
한.국이가 1년 동안 지낸 입양원이라는 생각을 하니 모든 것에 의미가 있는 눈길이 갔다. 현관, 크리스마스 장식,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색종이 장식들 마저 정겨워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들이 반겨 주었다.
"한.국이를 만나러 온 부산의 황수섭입니다."
원장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진열대에 놓인 입양에 관한 자료들을 봤다. 입양 때문에 와 놓고서도 입양에 대해서 생소한 자신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원장님이 나오셨다. 직원에게 한.국이를 데려 오라고 말씀하시고는 몇 가지 주제로 면담을 하였다. 속마음은 빨리 한.국이를 보고 싶었다. 어떻게 생긴 녀석들일까?.
한.국이가 등장하였다. 하나님의 멋진 창조 작품이었다.
원장님 말씀이
"하나님의 오묘한 솜씨입니다. 이렇게 같지만 특징이 있지요."
라면서 구별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한.국이는 낯갈임을 하는 듯했다. 무표정, 살찐 얼굴, 두리번거리는 눈, 어색한 첫선이다.
아름.다운이는 한.국이를 어르며 좋아 한다.
이번에는 내가 안아 봐야지.
그런데 한.국이를 안을 팔이 쫙 펴지지 않는다.
이 순간에도 갈등이다.
‘꼭 입양을 해야 하나? 정말 입양을 할 수 있을까? 사서 고생하는 것 아닐까?’
차례로 안아 보고 팔을 걷어 건강상태도 살펴보고 깍꿍도 해보았다. 그리고 눈동자도 보았다.
저 맑은 눈동자. 누군가를 찾는 티없는 어린 눈동자. 인생의 첫 만남인 부모와의 만남에서 실패했지만 맑디 맑은 눈동자였다. 가정을 필요로 하는 한.국이. 지금부터 만나는 부모에 따라서 결정되는 인생, 그리고 결정되는 영원, 그 영혼.
면담을 마칠 때까지 아름.다운이는 벌써 한.국이와 정을 주고 받았다.
현관에서 나오는 순간 쌍둥이가 살고 있는 방이 궁금해졌다. 어떤 분위기일까?
그러나 2층 방은 출입금지였다. 창으로만 보이는 2층 방은 깨끗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지하철에서 우리 가족의 의견은 일치되었다. 서울시내 구경하자.
"여기가 명동이야. 우리나라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지."
아빠의 이 마음을 아름.다운이가 어이 알아주랴. 아직 어린 두 딸의 눈에 패션이 관심사가 될 리 만무하다.
"아빠. 저기 맥도날드. 햄버거."
우리 가족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와서 햄버거를 먹었다.
오후에는 용인에서 동생 김명돌 세무사 사무실 개업 감사예배에 참석하였다. (참고 / 이 동생은 분당에 사는 고향 후배지만 친동생처럼 호형호제한다) 개업을 하면서 감회가 새롭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랴마는 한해 동안 준비하여 세무사 고시에 단번에 합격한 것을 비롯하여 몇 가지의 감사제목 때문에 김명돌 세무사 개업예배의 감격은 남 달랐다. 동생의 양가 어르신들. 가족들. 오랜만에 만나는 후배들. 모두 반갑다.
후배 희진이가 수원에 산다기에 집에 잠깐 들러 차 한잔을 하고 부산을 향했다.
한.국이의 맑은 눈동자 속의 영혼은 열차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았다.
'양부모는 입양아의 인생을 좌우하고 양부모의 신앙은 입양아의 영원을 좌우한다.'
우리의 만남은 주님의 은혜라오
우리의 모든 것 주님의 축복이라오......
우리의 모든 것 주여 인도하소서
우리의 모든 것 주님께 바치옵니다.
오 나의 하나님 아버지여 당신의 뜻대로
오 나의 하나님 아버지여 따라 살게 하소서......
부산 도착. 0시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