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23일 (화) 아내의 생일, 대화 주제는 한 국

아내의 마흔번째 생일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바쁜지. 바쁜 남편 - 나쁜 남편, 아빠바빠 - 아빠나빠가 될까 걱정이다.

첫선 봤던 때를(선보고 2개월 채 안되어 결혼) 다 합쳐서 13년을 함께 했다. 그 동안 아내는 좋은 친구였고, 동역자였다. 그리고 나만 사랑한 아내다. 생일 축하를 잘해 줘야 하는데 오늘 일정을 보니 바쁘기 그지없다.

기도원을 출발하여 대입 특차 면접 장소인 영도 캠퍼스(고신대학교)로 갔다. 영도 캠퍼스에 도착 즉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생일 축하합니다. 하나님께서 변함없이 사랑해 주시고 복 주시기를 바라오. 올해는 내가 미역국 끓여 주진 못하지만 우리 더 잘 삽시다이."

이어서 아름.다운이와 통화했다. "너거들 아름다운 마음으로 엄마 생일을 축하해 드려라. 알겠제"

생일 축하 저녁 식사를 ‘시간 미정, 장소 미정’으로 흐릿하게 약속만 했다.

입시 면접을 마치자 마자 아내와 저녁식사를 전화로 약속하고 초를 다투는 가운데 약속보다 늦은 저녁 7시 30분쯤 되어서야 시내 양식집에서 가족이 모였다. 얼마 전에 졸업생 사은회를 하였던 곳인데 중후한 분위기가 좋아서 아내와 꼭 오고 싶었던 곳이었다.

아내 생일이지만 대화의 주제는 대한.민국이었다. 아름.다운이에게 입양이라는 것은 들뜬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

"아름.다운아, 너희들은 대한.민국이를 데려 오는 것이 좋다고 했지? 그런데 말야. 쌍둥이가 오면 너희들은 손해볼 생각을 해야 돼. 똥 기저귀는 냄새 많이 나는데 괜찮겠어? 배고프다고 울어도 괜찮겠어? 시끄러울텐데 괜찮겠어? 그리고 말야, 먹는 것도 손해야. 지금 3인 분 시켜 두고 4명 먹고 있잖아 그런데 한.국이를 데려 오면 6명이 먹어야 돼. 피자 먹을 땐 6등분해서 너희들은 2조각씩 먹었잖아? 한.국이가 오면 1조각 밖에 못 먹게 돼. 그래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는데도 아름.다운이는 무조건 좋단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잘 되었네요. 우리가 똥 기저귀 갈아주죠 뭐. 빨리 데려 옵시다."

계속 아빠를 놀린다.

"아빠는 좋겠네 등밀이 생겨서"

생일 축하 분위기를 최대로 살리지 못하고 식당에서 헤어졌다. 대학부 LTC 때문에 다시 나는 기도원으로 떠나고 아내와 아이들은 집으로 갔다.

바쁜 남편이지만 나쁜 남편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 하루였다.

단 한사람 만을

= 용혜원

단 한사람 만을

일생동안

단 한 번

단 한사람 만을 사랑해도 좋으리라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욕심없이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그대의 마음이

얼음보다 더 차다해도

불보다 더 뜨거운

나의 심장으로 녹여가며 사랑하리라

그대를 평생토록

사랑할 수만 있다면

안개구름

산허리를 껴안듯이

그대를 껴 안아보며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산처럼

그대를 지켜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