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18일 (목) 작명-대한 민국, 아름다운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로 휴일. 여유가 있는 아침. 오늘 아침기도의 주제도 쌍둥이 입양.

아침 식사 후 어제에 이어서 계속 집 정리를 했다. 내 살림이 가난한 줄 알았는데 왜 이리 짐이 많은고.

오전 내내 집안 청소를 했더니 피곤하다. 우리 가족이 휴일을 이렇게 집에서 보내는 일은 드문 일이다.

전에 없던 일을 오늘 한 셈이다.

점심 식사 후 잠시 휴식.

도무지 마음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데 아름.다운이는 "우리는 3대 3. 아빠는 좋겠네. 등밀이 생겨서."라고 연신 좋아하며 아빠에게 장난을 건다.

이렇게 있을 게 아니라 아기 용품이나 구입하자며 식구 모두가 나섰다. 힘찬 발걸음이었다.

아기 용품을 둘러 봤다. 모든 것이 살 것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름.다운이가 5, 6학년이니 그 아이들 쓰던 것이 남아 있을 리 없다.

값이 오른다는 기저귀를 먼저 사기로 하였다. 진열대로 갔다. 크기도 보고 가격도 보았다. 쌍둥이를 상상하며 기저귀를 만져도 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기저귀가 손에 잡혀지지 않는다. 진열대 앞의 발걸음이 왠지 부담스럽다.

‘정말 쌍둥이를 데려와야 하나? 안 데려 오면 기저귀 값만 손해 보잖아.’ 마음이 무겁다.

‘살까?’‘아냐.’

‘살까?’‘아냐.’

‘살까?’‘아냐. 기저귀 값만 날릴 수도 있어.’

기저귀 진열대 앞에서 그냥 발길을 돌리고 계획에 없던 식품들만 사서 집으로 왔다.

손에 들린 식품보다 내 마음이 훨씬 더 무거웠다. 얼굴도 모르는 쌍둥이가 내 마음을 붙잡고 있다. 쌍둥이는 계속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만약 쌍둥이를 데려 온다면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아이들 이름이 이어지는 이름이면 좋겠지?

아브라함 - 황아브, 황라함.

하늘나라 - 황하늘, 황나라.

금수강산 - 아름다운 금수강산 - 그것 좋네 - 황금수, 황강산.

푸른강산 - 아름다운 푸른강산 - 황푸른, 황강산.

천국 - 아름다운 천국 - 황천, 황국. 이름은 좋지만 어떤 방정맞은 놈이 황천길이라고 놀린다면?

대한 민국 - 아름다운 대한민국 - 황대한, 황민국.

그래, 이거야! 황대한, 황민국!

부르기 좋고 듣기 좋고 외기 좋은 대한민국, 누나와 함께 있으면 아름.다운.대한.민국. 좋았어.

주민등록표에, 의료보험카드에 아름.다운.대한.민국?

저녁에 입양원에 전화를 했다.

"만약 제가 쌍둥이를 입양한다면 호적할 때 제가 지은 이름으로 올릴 수 있나요?"

"그럼요"

"그런데 지금 쌍둥이 이름이 뭡니까?"

"외자인데 한, 국입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왜요?"

"내가 지은 쌍둥이의 이름은 대한, 민국입니다."

"호호호"

옆에서 듣던 아내가 덩달아

"우하하 우해해해."

끌린다. 마음을 결정지을 수 있을 것 같다.

27일 오전 11시 성가정 입양원에서 원장님과 면담을 하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