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2일 (목) 유치원 예비 입학식
대한이와 민국이의 유치원 예비 입학식이 있는 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한이와
국이와 아침
인사를 했다.
"한국이 오늘 유치원 가? 엄마하고 잘 다녀와."
낮에 이 녀석들이 어떻게 다녀왔는지 궁금해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잘 다녀왔어요. 처음에 아이들은 교실, 부모님들은 원장님실에서 몇가지 말씀을
들은 후 어머
니들도 교실로 갔죠. 엄마들이 교실로 들어가자 말자 한이와 국이의 눈이 팽팽 돌아가더라고
요. 살짝 숨은 나를 국이가 먼저 봤어요. 벌떡 일어나더니 머리부터 드리 밀면서
내게로 달려
왔고 한이도 따라 왔어요. 그러고는 엄마를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여보 그런데 이 녀석들 유치원 다닐 수 있을까요? 엄마도 안 떨어지려고 하는데다가
용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 하쟎아요. 거기에 말은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걱정되네요. 괜히
선생님들
고생시켜 드리는 것 아녜요?"
"걱정 마세요. 모두 고만 고만한 애들인걸요. 그래도 한이 국이 요즘 못 알아
듣는 말 없고, 못
하는 말 없어요. 유치원의 한이 국이 제법 으젓하던데요."
한이와 국이에게 폭 빠진 아내의 말이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저녁에 집에 가자 한이와 국이는 반갑게 내 품에 안겼다.
"아빠. 유치원 갔다."
"그래? 한국이가 유치원 갔어?"
"응, 국이는 엄마 보고 집다고(싶다고) 울었다."
"아빠, 한국이 유치원 가방."
하면서 나의 손을 잡고 방벽에 걸어 둔 가방과 유치원복을 가르켰다.
유치원생이 된 것이 좋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