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5일 (화) 어린이날의 카 퍼레이드, 최고의 선물은 엄마

대학부에서 경주로 야유회를 떠나는데 식구들을 총동원(?)하여 출발하였다.

화려한 5월, 맑은 날씨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는 것은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름 다운 대한 민국이를 데리고 함께 떠나는 것이 의미도 있고 가족과 함께 하는 외출이 즐거움을 더해 줄 것 같아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충분히 준비하여 좁은 차에 여섯식구가 탔다. 주일에 약속하여 어제 쌀을 맡긴 떡도 가는 길에 방앗간에서 찾아 트렁크에 실었다.

가벼운 출발이었지만 양산을 지나면서부터 정체의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의 정체였지만 그렇게 짜증은 나지 않았다. 아름 다운 대한 민국이가 내 차 안에 있는데 고속도로 정체가 기분을 상하게야 할 수야 없지! 통도사 IC를 지나서야 고속도로다운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경주에 들어서자 이내 도로 정체는 계속되었다. 특히 보문단지를 눈앞에 둔 보문로에서의 정체는 더욱 심했다. 10분이면 족히 갈 수 있는 길을 2시간 정도 걸렸으니 힘든 길이었다.

일방 통행 보문로에서 대한 민국이의 카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5월 치고는 조금 더운 듯한 날씨 때문에 창을 내렸더니 대한 민국이는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들었다. 서로 밀고 밀리지 않으려 용을 쓰면서 차창을 잡고 난생 처음 보는 홍수 같이 밀려오는 자동차들을 신나는 듯 구경하였다. 보문호를 돌아가는 2차선 도로는 정체가 극심했으니 옆 차의 나들이 객들은 쌍둥이를 보며 손을 흔들어 줬다. 어떤 이는 댓살 되어 보이는 아이의 시선을 쌍둥이에게 고정시키고 손을 흔들게 하기도 했다. 대한 민국이는 흔드는 손들이 눈에 보이는지 한 번씩은 고사리 보다 더 고운 손을 마구 흔들어 대는 게 아닌가. 밀리는 차가 조금 속력을 내어 옆으로 스친 차를 지나면 다시 손을 흔들고 서행을 하면 다시 차창 밖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서 서로 웃고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지루하고도 긴 운전. 그러나 유쾌한 대한 민국이의 어린이날 카 퍼레이드는 보문단지에 들어섰을 때에야 끝이 났다.

대학부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한 가족이 지나가다가 대한 민국이를 보더니 "아까 그 쌍둥이다. 아이 참 귀엽다. 잘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자리를 편 곳이 현대 호텔 옆 나무 그늘이었다.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었다. 대한 민국이도 먹겠다고 성화였지만 몇 번 받아먹지는 않았다. 아름 다운이는 대한 민국이가 좋은가 보다. 안아 주고 얼러 주고. 먹는 것에도 별 신경 쓰지 않고 쌍둥이와 놀려고 했다.

아름 다운이는 자전거를 대여하여 타고 대한 민국이는 넓은 세상에 적응이라도 하려는 듯 잔디밭 위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뒤뚱거리다가 넘어지기를 여러 번 했으나 울지는 않았다. 기분이 좋은가 보다. 그런데 엄마 곁을 떨어 지려고는 하지 않았다. 엄마가 보이면 잘 놀지만 눈에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두리번거리다가 엄마에게 가고, 엄마가 숨어 저희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면서 엄마를 찾았다.

가족이 함께 보낸 어린이날.

대한 민국이는 즐거웠고 우리는 행복했다.

그리고

1998년 5월 5일 어린이날, 대한 민국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