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3월 18일 (수) 깐 이마 또 까라(?)

대학부의 지화양이 2월분 일기 교정한 것을 가져다 주었다. 대학부 주보 만남지를 다년간 담당한 자매여서 교정을 부탁했더니 기꺼이 해 주었다. 그리고 쪽지 편지를 첨부했다.

목사님

잘 읽었습니다. 때론 빙긋 미소짓고 때론 깔깔거리고 또 때론 핑 도는 눈물을 훔치며 읽었습니다.

처음 입양을 두고 고민하신다 하셨을 땐 그런 목사님의 마음 만도 대단하다고 여겼는데 지금 두 아이로 인해 전보다 더 재미나게(물론 힘든 일도 많으실테지만)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과 많은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길을 보고 감사하시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입양에 대한 것 뿐 아니라 목사님 가정을 보고 참 많이 배웁니다. "빨리 시집가서 저런 가정을 만들며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들만큼 말이죠.

목사님 바램처럼 이 글을 통해 귀한 일들이 많이 생겨나길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학교 일로 교회 일로 바쁘실텐데 건강하시구요. 모일 때마다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는 만남인들을 기억하시고 힘내세요.

980318 지화 올림.

P.S 간결하고 재치 넘치는 문장이 참 매력있어요!

저녁에 아내가 강의를 위하여 외출할 때 민국이가 엄마를 배웅하기 위해서 현관으로 나갔다. '엄마 나도 데려 가요'하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면서 두손을 어설프게 들고 현관까지 뒤뚱 뒤뚱거리며 나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순간적으로 툭 하면서 넘어지는 민국이, 나는 민첩하게 들어 안았지만 문을 열다 말고 놀라 뒤로 돌아서는 아내, "아빠"하면서 민국이에게 달려가는 다운이. 모두가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인데 민국이는 내 품에 안겨서도 한참을 울지도 않고 자지러지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시간이 늦어지니 나에게 민국이를 부탁하고는 급하게 외출을 했고 민국이는 내 품에서 조금 울더니 더 이상은 울지도 못했다. 그러자 다운이가 어디서 들었는지 "넘어졌을 땐 울어야 된대요."하며 민국이의 팔을 깨물었다. 그러자 민국이가 감당을 못할 정도로 한참 울어댔다. 한참을 울다가 그친 민국이는 제 정신을 차렸다. 그 난리 통에서도 대한이는 의연하게 손을 빨고 앉아 있었다.

아내는 학원에서 민국이가 궁금해 전화를 했다. "민국이 어때요?" "괜찮아요. 이마에 난 직경 2Cm의 혹을 제외하고." 말이 2Cm이지 얼마나 아프겠냐. 성격상 오늘 저녁 내내 아내의 맘은 편치 않으리라.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대한 민국은 평정을 되찾았고 이어 대한 민국이와 아빠가 3시간 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이놈들 왜 이리 터프하냐? 잠시도 조용한 순간이 없다. 심심하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송신하다. 내 주변에서 두 녀석이 저희들끼리 맴돌면서 잘 놀아 주니 많이 수월해졌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대한이가 민국이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박으면 민국이는 깔깔거렸다. 이번에는 민국이가 대한이의 발을 잡는데 전력을 다하고 대한이는 발을 잡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발을 내 주는 대신 민국이의 머리를 잡고 깔깔깔. 다시 손을 빨았다. 다음에는 무슨 짓거리를 할까? 작전타임인 듯하다.

잠시 후 대한이가 일어서더니 민국이 뒤로 가서 민국이의 머리를 내리 눌렀다. 갑자기 당한 민국이는 애앵. 대한이는 깔깔깔. "아이구 민국이를 누가 이렇게 했냐?" 아빠가 달래 주니 곧 울음을 그치고 다시 작전 타임. 이 놈들은 작전 타임 마다 손을 빤다. "야 이 녀석들아 손 좀 빨지 말아. 어디 손 한 번 보자." 잘 내 놓지 않는 손을 잡고 엄지 손가락을 보니 손톱이며 손가락이 말이 아니다. 짓물러 터졌다. 손 빨지 말라고 손을 잡고 흔드니 '이이잉'.

잠시 후 작전 타임이 끝났는지 다시 민국이가 대한이의 발가락을 급습했다. 순간적으로 당한 대한이는 금새 '애앵'. 아차 싶어서 민국이를 떼내고 대한이의 발가락을 보니 채 가시지 않는 잇발자국. 대한이를 달래는 동안 민국이는 손을 빨며 또 다시 작전타임에 들어갔고 대한이는 계속 울었다. 우는 대한 민국이에게 우유를 먹였다. 먹는 동안 조용하더니 먹고 나자 또 소란이다. 서로 깔깔깔 거리며 우유병 꼭지를 손에 잡고 흔들다가 대한이의 손에 들린 우유병이 민국이 머리를 때렸다. 또 다시 울음. 순전히 우연이지만 대한이는 깐 이마 또 까라는 듯이 민국이의 이마 혹 주위를 또 때렸다. 민국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또 울었다.

3시간을 함께 있는 동안 이 녀석들은 계속 치고 박고 물고 뜯고 울고 웃고 손 빨기를 거듭했다. 어디 마음 놓을 만한 시간이 없다. 심판할라네 화해시킬라네 정신이 없다.

"개구장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