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2월 23일 (월) 아빠보고 놀란 욕실 속의 한·국
저녁에 대한 민국이와 목욕을 했다. 욕실에 들어오는 것부터 좋아하는 대한 민국이었다. 옷을 벗기는데도 몸부림 한 번 치지 않았다. 벌써 이 녀석들은 목욕하는 기분을 아는 것 같았다. 따뜻한 물 속에 들어가더니 물장구 치기 바빴다. 손으로 첨벙거리면서 고함을 질렀다. 물이 튕겨 눈이 벌겋게 되었는데도 계속 손으로 물장난을 치면서 좋아했다.
물장난하는 막간을 이용하여 이번에는 내가 욕조 밖에서 머리를 감기 위해서 비누칠을 했다.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기분이 이상해서 고개를 드는 순간 쌍나팔이 울렸다. 비누칠 때문에 눈은 뜰 수 없고 대한 민국이는 최고의 볼륨으로 우니 내가 놀랐고 마루에 있던 아내도 놀라서 문을 열었다. 순식간에 좁은 욕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잽싸게 비누를 씻어내고는 눈을 떴다. 대한 민국이는 나를 보면서 계속 울었다. 안아 주고 달래니 울음이 조금 줄었다. 한이를 내려 놓고 다시 물을 뒤집어 썼다. 나를 보던 두놈이 또 소리를 높여서 우는 것 아닌가.
그제야 이유를 알았다. 흐르는 물 때문에 눈도 못 뜨고 머리가 착 달라 붙은 데다 비누칠을 했으니 허옇게 된 괴물(?) 같은 아빠를 보고 놀라서 울었던 것이었다. 수건으로 머리 물기를 제거하고 대한 민국이를 보았더니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다시 물장난과 웃음 소리로 욕실은 시끄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