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월 31일 (토) 지저분한 3대3 가족

서울 누님들과 분당의 동생에게 한·국이를 자랑하고 싶어서 어제까지의 일기와 한·국이 사진 2장씩 발송했다.

아름 다운이의 개학이 가까워 오는 것 같아서 저녁시간에 방학 숙제를 점검해 보았다. 짐작한 대로였다. 한 국이와 논다고 숙제가 엉망이었다. 야단 친다고 될 것 같지가 않았다.

"이번 겨울 방학은 한 국이 돌본다고 너희들 수고 많았다. 숙제 다 못했다고 걱정하지 말아. 개학날 아빠가 선생님께 편지 써 줄게. 이번 겨울은 방학 숙제 보다 더 좋은 공부했다고 말야."

아름 다운이의 손톱 검사를 했다. 지저분하길래 "너희들 왜 이리 지저분하냐? 한 국이가 좀 더 크면 누나들 지저분하다고 흉보겠다."

"아녜요. 한 국이는 얼마나 지저분한지 아세요?"

"뭐가 지저분한데?"

"발가락을 빨아요."

"손으로 코구멍 만지고 나서 바로 그 손 빨아요"

"코 힝 하고 그 물 마셔요"

"모든 장난감, 물건 손에 잡으면 입으로 들어가요"

"한이가 국이 양말 신은 발 빨다가 물었어요"

"국이는요 우유도 그냥 안 먹어요. 꼭 손으로 받아서 손이 질퍽해지면 그제서야 꼭지 빨아서 먹어요."

"냄새 나서 보면 똥이 엉덩이에 달랑거려요."

아름 다운이는 한 국이의 지저분한 모든 것을 고했다.

"그렇게 지저분한 한 국이가 좋다고 얼굴을 비비면서 안아 주고 업어 주는 너희들은 더 지저분한 것 아냐? 그러고 보니 너희들 무지하게 지저분한 아가씨들이네"

"아빠는 뭐 코딱지 후벼서는 양말이랑 바지 가랑이에 닦았으면서"

"엄마는요 한 국이 과자 먹이다가 뱉으니 그걸 받아 먹었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지저분한 가족이네"

우하하하하, 우해해해해해, 우히히히히히히히. 그칠 줄 모르는 웃음.

분당의 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다음 주 토요일에 득남 축하차 한 국이 보러 올 계획이란다. 삼촌이 조카 보고싶어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