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13일 (토) TV는 눈을 열고, 전화는 귀를 뚫고
오전,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입양 어때요?"
"갑자기 무슨 소리요?"
"방금 TV에서 입양에 관한 방송을 봤는데 마음이 끌립디다. 남자 쌍둥이예요."
"무슨 일인지 얘기해 보세요."
아내가 조금 흥분한 듯 했다. 평소에 TV를 잘 보지도 않던 아내가 TV를 보고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입양이라니, 그것도 쌍둥이 남아! 내 귓구멍이 뚫리는 듯 했다.
아내의 이야기로는, 집안 청소를 하다가 TV를 켜니 우리나라 입양의 현실, 입양원의 실태 등을 알려 주는 방송을 하는데 연예인의 입양원 1일 봉사 장면도 보여주고 쌍둥이를 입양하여 키우는 젊은 양부모가 쌍둥이를 키우면서 있었던 일들, 고생과 웃음, 힘듦과 즐거움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행복해 보이더란다.
마침 입양원에 양부모를 기다리고 있는 쌍둥이 남아가 화면에 잠깐 비춰졌는데 그 아이를 데려와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입양을 기피하는데 그나마 남아 입양보다는 여아 입양을 선호하는 실정이니 쌍둥이 남아의 입양이야 오죽 어려워 하겠느냐면서 남이 쉽게 데려가지 않는 쌍둥이 남아를 데리고 와서 키우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일단 맞장구나 쳐주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좋죠, 입양합시다."
그 순간부터 갖은 생각들이 뒤엉켜 왔다.
입양! 끌리는 마음, 그러나 치루어야 할 희생과 수고.
입양! 막연하게 생각한 일, 그러나 10년은 족히 후퇴될지도 모르는 생활.
입양!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 그러나 귀여운 딸 아름이와 다운이의 교육과 장래.
만감이 교차한다. 일단 기도하자.
저녁에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남이 데려다 키우지 않는 쌍둥이를 데리고
와서 키우는 일은 힘들겠지만 이웃 사랑의 실천에 좋은 일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입양에 따르는 문제도 많을 것 같으니, 결론은
"기도해 봅시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기도하면서 좀 더 생각해 봅시다."